캐나다에 착륙(landing)해 세무 거주자가 되는 순간부터, 한국에 두고 온 재산은 더 이상 "그냥 원래 있던 것"이 아니다. CRA(캐나다 국세청)는 세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특정 자산의 원가 총합이 10만 캐나다달러를 넘으면 매년 T1135(Foreign Income Verification Statement) 양식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한국의 예금, 주식, 부동산, 심지어 임대·전세보증금까지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많은 이민자들이 "한국에 있는 건 한국 세금 문제 아닌가"라고 오해하다가 과태료를 맞는다. 이 글은 T1135의 기본 구조와, 한국에서 온 신규 이민자·유학생·워크퍼밋 소지자가 실무에서 특히 걸리기 쉬운 지점을 정리한다.
T1135는 왜 존재하나
T1135는 소득을 다시 계산하는 세금 신고서가 아니다. 이미 T1(개인소득세) 신고서에서 해외 소득은 세계 소득(worldwide income)으로 잡고 있다. T1135는 그것과 별개로 "당신이 해외에 얼마짜리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CRA에 통보하는 정보 신고서다. 소득 자체가 0이어도, 자산 원가가 기준을 넘으면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목적은 명확하다. 해외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누락을 막고,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누가 신고해야 하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캐나다 세무 거주자(resident for tax purposes)**여야 한다. PR 여부와 세무 거주는 다른 개념이며, 워크퍼밋·학생비자 소지자도 캐나다에 실제 거주하며 주거·가족 등 유의미한 유대(residential ties)를 형성하면 세무 거주자로 본다. 둘째, 원가(cost amount) 기준으로 특정 해외 자산(specified foreign property)의 총합이 일정 기간 중 어느 시점에서든 10만 캐나다달러를 초과해야 한다. 시가가 아니라 취득 원가라는 점이 흔한 함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예외가 있다. 캐나다에 처음으로 세무 거주자가 된 해(the year you first became a resident)는 T1135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즉 착륙한 해에는 신고할 필요가 없고, 그 다음 해부터 의무가 발생한다. 대신 세무 거주자가 된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의 원가는 그 날짜의 공정시장가치(FMV)로 리셋된다(스텝업). 이 리셋된 원가가 향후 T1135와 양도소득 계산의 기준이 되므로, 착륙 시점의 자산 목록과 환율 기록을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무엇이 신고 대상인가
대상이 되는 대표적 자산은 다음과 같다. 캐나다 밖 은행·증권 계좌의 현금과 예금, 캐나다 밖 법인의 주식, 해외 채권·펀드, 캐나다 밖에 있는 임대용 부동산, 해외 신탁 지분, 캐나다 밖 자에게 빌려준 대여금 등이다.
신고 대상이 아닌 것도 알아두면 좋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해외 부동산(예: 가족이 실제 거주하는 한국 본가로 임대소득이 없는 경우), 사업에 사용되는 자산, 캐나다 등록계좌(RRSP, TFSA 등) 내 해외 자산, 개인 사용 목적의 자동차·귀금속·미술품 등은 T1135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개인 사용 vs 투자용"의 경계는 사실관계에 따라 갈리므로 애매하면 회계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 이민자가 특히 걸리기 쉬운 지점
한국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실무상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항목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은행 계좌는 잔액이 얼마 안 되어 보여도, 여러 은행·증권사에 흩어진 계좌를 모두 합치면 10만 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다. 원화 잔액을 그 해 평균환율 또는 연말 환율로 환산해 판단한다.
한국 주식·펀드·ETF 역시 대표적 대상이다. 삼성전자 주식이든 국내 ETF든, 캐나다 밖 계좌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면 모두 신고 대상이다. 국내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 현금과 유가증권을 합산해야 한다.
해외 임대 부동산은 명확한 신고 대상이며, 임대료 소득 역시 T1에서 세계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한국에서 원천징수된 세금은 외국납부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로 조정한다.
전세보증금은 판단이 갈리는 항목이다. 세입자로서 낸 전세보증금은 일반적으로 임대인에 대한 채권(대여금)의 성격으로 보아 T1135 대상 자산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으며,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것 하나로 10만 달러 기준을 넘길 수 있다. 정답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 회색 지대이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국민연금·퇴직연금(DB형)**은 성격상 정보 신고서에서 다르게 취급되며, 일반적으로 T1135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개인이 가입한 IRP·연금저축 등은 계좌 유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보고 방식과 마감일
T1135는 자산 총합에 따라 두 방식으로 나뉜다. 원가 총합이 10만 달러 초과지만 25만 달러 미만이면 **간이 보고(simplified reporting)**로, 자산 유형과 국가만 체크하는 방식이다. 25만 달러 이상이면 **상세 보고(detailed reporting)**로, 자산별로 최고 원가, 연말 원가, 해당 연도 발생 소득, 처분 손익까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마감일은 T1 개인소득세 신고 마감일과 동일하다. 통상 매년 4월 30일이며, 자영업자는 6월 15일이 마감이다. T1과 별도로 제출하는 서식이지만, 제출 기한은 함께 관리하는 편이 실무상 편하다. NETFILE, 세무 소프트웨어, 종이 제출 모두 가능하다.
벌금 — 이 부분이 진짜 무섭다
T1135는 미제출·지연 제출에 대한 벌금이 상당히 무겁게 설계돼 있다. 일반적인 지연 제출의 경우 하루당 정액 벌금이 부과되며 최대 상한이 있다. 반복적으로 어기거나 고의로 누락한 경우, 그리고 CRA가 요구 통지를 보낸 뒤에도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벌금이 크게 가중된다. 자산을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판단되면 자산 원가의 일정 비율이 벌금으로 부과되는 조항도 있다.
구체적 금액과 요율은 시기별로 개정되므로 이 글에서는 단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득이 없어도,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서만 안 냈다는 이유로 수천 달러 벌금이 나올 수 있다"**는 구조 자체다. 실제로 뒤늦게 발견해 자진 신고(Voluntary Disclosures Program, VDP)로 정리하는 사례가 꾸준하다.
실무 체크리스트
착륙 직후에 해두면 나중이 편해지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랜딩 날짜 기준으로 한국 내 모든 자산의 목록과 그 시점의 공정시장가치를 스냅샷으로 남긴다. 은행 잔액 증명, 증권 계좌 잔고, 부동산 감정가·공시지가 등이 근거가 된다. 둘째, 환율 기록도 함께 남긴다. 셋째, 착륙 다음 해부터 매년 자산 원가 총합을 점검하고, 10만 달러를 넘는 해에는 T1135를 잊지 않는다. 넷째, 전세보증금·가족 명의 자산·해외 신탁처럼 판단이 애매한 항목은 반드시 캐나다 공인회계사(CPA) 또는 국경 간 세무에 밝은 세무사에게 확인한다.
한 줄 정리
T1135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 정보 신고이며, 착륙 다음 해부터 원가 10만 달러 기준을 넘는 해외 자산이 있으면 매년 제출해야 한다. 한국 계좌·주식·부동산·전세보증금이 대표 대상이고, 놓치면 벌금이 세금보다 커지는 구조다. 착륙 시점의 자산 목록과 환율 기록부터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