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법(IRPA)상 어떤 사유로든 입국불가(Inadmissibility) 판정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캐나다 입국이 거부된다. 음주운전(DUI)과 같은 형사 기록, 특정 건강 상태, 이전 체류 위반 이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장례식 참석", "본사 미팅", "가족의 응급 상황"처럼 캐나다 입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재량적 장치가 임시거주허가(Temporary Resident Permit, TRP) 다. 이 글은 TRP의 법적 근거, 신청 경로, 심사 기준, 유효기간까지 실무 관점에서 정리한다.
TRP의 법적 근거와 성격
TRP는 이민난민보호법(IRPA) 제24조 제1항에 근거한다. 요지는, 입국불가이거나 IRPA를 위반한 외국인이라도 "캐나다 입국·체류 필요성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심사관이 임시거주허가를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재량적이라 요건 충족만으로 자동 발급되지 않고, 한시적이라 최대 3년까지 발급되지만 실무에서는 훨씬 짧게 나오며, 취소 가능하여 언제든 회수될 수 있다. TRP는 영주권도 사면(Rehabilitation)도 아니며, 입국불가 사유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유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티켓이다.
어떤 상황에서 TRP를 고려하는가
가장 흔한 유형은 형사 입국불가다. 한국에서 DUI·폭행·사기 등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캐나다 형법상 유죄에 해당하면 입국불가가 될 수 있다. 형 종료 후 사면 신청 자격 기간이 아직 안 됐거나 사면 심사가 진행 중인데 시급히 입국해야 한다면 TRP가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그 외에는 의료 입국불가(공공보건에 과도한 부담을 줄 것으로 판단된 경우), 이전 체류 위반(오버스테이·무단 취업으로 Removal Order를 받았던 경우, ARC와 함께 필요할 수 있음), 동반 가족의 입국불가(주 신청자는 문제없지만 배우자·자녀 중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활용된다.
신청 경로 — 두 가지
TRP는 신청 시점과 위치에 따라 경로가 갈린다.
첫째, 캐나다 국외에서 사전 신청하는 방법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신청자라면 온라인 IRCC 포털 또는 VAC(비자신청센터)를 통해 서류를 제출한다. 심사는 캐나다 대사관 또는 지정된 비자오피스에서 진행되며, 표준 처리 기간은 사안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여행 일정이 임박했다면 이 경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캐나다 국경(POE)에서 즉시 신청하는 방법이다. 공항이나 육로 국경에서 CBSA 국경심사관에게 요청한다. 즉시 판단이라 리스크가 크지만 시간이 없을 때 유일한 선택이다. 이 경우 사유를 뒷받침하는 서류(초청장, 항공권, 판결문, 재활 자료 등)를 모두 지참하고 설득 논리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두 경로 모두 정부 수수료가 부과되며, 금액은 IRCC 고시에 따라 개정되므로 신청 시점 요율을 확인해야 한다.
심사관은 무엇을 보는가
TRP 심사의 원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입국·체류 필요성(need)이 위험(risk)을 명백히 초과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심사관은 방문 목적의 진정성과 긴급성, 대체 불가능성, 체류 기간의 특정성을 한쪽에 놓고, 반대편에는 입국불가 사유의 중대성, 사건 이후 경과 기간, 재발 방지 근거(재활 이수, 안정된 직장·가족 관계), 과거 캐나다 준법 이력을 올린다. 같은 DUI 이력이라도 10년 전 단일 사건 + 이후 무사고와 작년 발생 + 재판 진행 중은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사건 경위와 재발 방지 노력을 정리한 본인 진술서 첨부가 실무상 중요하다.
유효기간과 갱신
TRP의 최대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실무에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예: 2주 출장이면 그 기간만)으로 짧게 발급되는 경우가 많다. 단수(single-entry) 인지 복수(multiple-entry) 인지도 조건에 명시되며, 단수 TRP로 캐나다를 떠났다가 재입국하려면 새 TRP가 필요하다. 캐나다 안에서 연장 신청도 가능하나 재량 심사가 새롭게 이루어진다. 반복 발급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며, 형사 입국불가라면 형 종료 후 요건 기간이 지나 사면(Criminal Rehabilitation) 을 신청해 사유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 방향이다.
정리
TRP는 입국불가 판정을 뒤집는 마법이 아니라, 캐나다가 인정한 필요성이 위험을 명확히 상회할 때만 열리는 좁은 문이다. 검토 순서는 명확하다. 먼저 입국불가 사유와 조항을 문서화하고, 사면(Criminal Rehabilitation) 또는 자격 자동 회복(Deemed Rehabilitation) 자격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자격이 된다면 사면이 우선이다. 여의치 않을 때만 TRP를 검토하되, 방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3자 문서와 본인 진술서를 갖춘 뒤 시간 여유에 따라 국외 사전 신청 또는 POE 신청을 결정한다. 장기적으로는 반복 사용보다 사면으로 이행해 문제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